[독서]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 이항규> 느낀 점

엄마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여러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라는 말에 망설임없이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여러 개의 짧은 글로 되어있고, 각 글이 하나의 '사물'에 대해 다루고있다. 하지만 작가가 책에서 언급하듯이 우리가 하나의 사물을 인상깊게 보는 까닭은 그에 엮인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이며, 결국 각 글은 사물에 대해 다루는 듯하지만 우리 주변의 사람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작가는 영국 런던에 거주하면서 느끼는 이웃, 가족, 동포 간의 연대에 대해 주의깊게 다루고있다. 책을 펼치고 나면, 빠르게 책장을 넘기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에 대해서 글을 쓴다?

사실 나는 평소에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대부분의 에세이(수필)들은 대부분 가식적이거나, 현실성 없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반발감만 들었지 작가의 삶에 공감하거나 그에 따른 깨달음을 얻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부족함을 가감없이 드러낼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다뤄서 읽기 편했다. 또 하나의 사물을 글의 주제로 잡음으로써 '이번엔 어떤 이야기일까' 생각하게하는 즐거움도 함께 주었던 것 같다.

 

'사물'을 주제로 잡고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인상깊었다. 하나의 글을 쓰려고 할 때, 주제가 크게 정해지지 않는다면 주제를 고민하는 것만해도 한 세월이 걸린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주제로 잡으면 그 난이도가 확 내려간다. 또한 각 사물에 담긴 각자의 경험, 감정은 모두 다르기에 남들과 차별성있는 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조만간 사물을 주제로 잡고, 나의 이야기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글을 써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삶은 기차와 같다.

작가가 사용한 비유(정확히는 들었던 비유) 중 하나가 '우리의 삶은 기차와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기차에 타고있다. 기차는 중간역에 경유하기도하고, 때로는 잠시 멈추기도하고 멀리 돌아가기도한다. 기차가 경유하는 각 역에는 사람이 탑승하기도 내리기도한다. 우리의 인생도 마냥 일직선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잠시 멈추기도, 멀리 돌아가기도하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내 인생'이라는 기차에 탑승했다가 중간에 내리기도, 끝까지 나와 함께 가기도 한다. 때로는 처음부터 나와 함께했던 승객들이 중간에 하차하기도 한다. 내 인생에도 이미 수십명, 혹은 수백명의 승객이 다녀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나라는 기차에서 내리기도 하겠지. 그럴때마다 나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할지,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책의 51페이지에 이런 말이 있다. 

'언제나 있었던 것, 그래서 늘 있을거라고 기대했던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흔적을 남긴다.'

사람도 그럴 것이다. 내가 지금 마음을 주고있고, 늘 내 곁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라는 기차에서 내리면 그 빈자리는 나에게 크게 와닿을 것이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나는 내리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해야하는가 혹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웃으며 보내줘야하는가. 예전에는 붙잡으려 노력해야한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저 운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 것 같다. 살다보면 더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

 

나를 위로해주는 한 마디

'너무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도 좋을 수는 없다. 알맞게 중도하라.'

내 마음을 파고들었던 한 마디다. 나는 지금 휴학 중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해내야한다고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는 것 같다. 항상 노력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책 <원씽>에서 보았듯이 충분한 휴식도 동반되어야하며, 목표는 높을 수 있지만 나를 지나치게 압박할 필요는 없다. 항상 느끼는데, 또 항상 잊는 말인듯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언젠가 또 잊겠지만, 언젠가 또 이 한 문장을 떠올리며 나 자신을 위로하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