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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독서생활

[독서]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줄거리, 느낀 점

by 공머생1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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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사이트

동일 작가의 소설, '데미안'을 인상깊게 읽었던 사람으로서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이 읽어보고 싶어 골랐던 책이다. 책 <데미안>은 자신의 자아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소년/청년의 모습을 담은 책이었는데, 과연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기대하며 책의 첫 장을 펼쳤다.

 

 줄거리

 이 책은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를 중심으로 사건을 나열한다. 한스는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평소 낚시를 즐겨하고 자연과 어우러져 놀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 눈에 띌 정도로 뛰어난 두뇌로 인해 아버지, 학교 교장선생님, 마을 목사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이 소설의 시대에서 출세하는 하나의 방법은 주 시험에 합격해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가 되거나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한스가 주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며 공부하기를 은근히 강요하였고, 시험에 뛰어난 성적으로 합격한 후에도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배울 내용을 예습하기를 요구한다.

 

 신학교에 입학한 한스는 잘 적응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친구 '하일러'를 만나고 그의 평온했던 일상은 점차 흐트러졌다. 우울한 면이 있고, 흔히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과는 다른 면모가 있던 하일러는 신학교의 선생님들이 함께 어울리지 말으라하는 학생이었고, 그런 하일러와 한스가 함께하게 되며 한스는 학교의 학우들과 선생님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그렇게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 한스는 결국 '신경 쇠약 증세'라 불리는 행동들을 하면서 학교에서 나오게 된다. 그 이후 약 1년간 고향에서 자살을 생각하며 지내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기계 수습공이 되어 일을 배우게 되고, 함께 기계공으로 일하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가 강에 빠져 죽는다.

 

 

느낀 점; 헤르만 헤세의 글 스타일

 사실 내가 읽은 헤르만 헤세의 글은 이번이 2개째이다. 즉, 쌓여있는 빅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2개의 글로 유추해보았을 때, 헤르만 헤세는 중심 인물을 둘러싸고있는 사건 위주의 글을 쓰는 것같다. 글의 서술은 3인칭의 시점에서 일어나지만, 주인공의 내면만이 세세하게 드러난다.(그렇다고 완전히 친절하지는 않다.) 반면에 외부 인물의 심리는 그보다는 덜 세세하게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과의 사건/갈등을 거치며 스스로 사유하고 변화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이 잘 드러나며, 그 등장인물로부터 글의 주제가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경우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소년 '한스'가 출세만을 생각하며 공부를 요구하는 동네 사람들의 태도에 어떻게 여유를 잃어가는 지, 개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적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신학교 사람들의 태도에 어떻게 망가져가는지, 신학교에서 나온 뒤에도 한스의 마음을 제대로 신경써주지 않는 마을 사람들로 인해 어떤 생각까지 하게 되는지가 잘 나타나있다.

 

느낀 점; 청소년이 쉴 시간이 점점 사라지는 우리 사회

 이 책은 아주 옛날에 쓰여졌지만, 책을 읽으며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 이유는 한스의 모습이 지금 한국 사회의 청년들과 너무 닮아있기때문이다. 2022년, 학교에서 한 기자분이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신 적이 있었다. 나에게 '한국의 대학생들이 우울증을 앓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지셨다. 거기에 나는 '끊임없이, 쉴 새 없이 실적을 쌓도록 요구하는 이 사회가 문제'라고 대답하였다.

 한국의 청소년/청년들에게는 쉴 시간이 없다. 청소년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받는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예습과 복습을 병행하며 쉴새없이 공부해야한다. 심지어 방학과 방과후까지도.

 대학 입시에 성공한 청년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공백기'를 탐탁치않게 여긴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도 기업에서 그 시간을 어떻게 판단할지 무서워 쉽사리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휴학을 하더라도, 잠시 일을 그만두더라도 그 사이에 무엇이라도 이뤄놓으려 안절부절이다. 또한 '많은 스펙'을 요구하기에 방학에도, 시험기간이 아닐 때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한스가 낚시하고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고 싶었음에도 주위에서는 '성공(출세)'을 위해 한스를 끊임없이 압박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청년들도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압박받고 있는 것이다. 신학교에서의 한스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스펙을 쌓지 않는 사람들은 일종의 '패배자' 취급을 받게 된다. 이런 사회에서 한스처럼 정신적으로 무너져버리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

 추후에 [작품 해설]을 읽은 뒤, 이 소설이 헤르만 헤세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19세기 말의 독일에서는 청소년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고 그에 따라 교육 체계와 학교 제도를 개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한다. 

 어찌보면, 지금 한국의 교육제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 과거 독일에서 일어났던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다시말해, 과거 독일에서의 문제가 지금 우리에게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와 방식에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현대 청소년/청년들을 살펴보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자살률도 절대 적지 않다.

 이런 문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쉴 틈을 주는 사회'가 완성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정신없이 공부만 하는 이유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이다. 좋은 대학을 가려고하는 이유는 결국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정의를 학벌과 상관없이 내릴 수 있게하면 좋을 것 같다.

 꼭 대기업에 취업하고, 전문직에 합격한 사람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을 하더라도 기술직이 되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잘 살고 있군, 능력을 잘 살려 일하고 있군.'하며 무시하지 않고 함께 인정해주는 태도가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야하지 않을까.

 

 또한 '공백기'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한다. 공백기가 있다고 해서 '이 사람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 게으른 사람,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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