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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독서생활

[독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시간에 대한 물리학적 관점 - 카를로 로벨리

by 공머생1 202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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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등등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도없이 시간을 부른다. 그렇다면 그 '시간'의 정체는 무엇일까? 국어 사전을 보면 '하루를 24로 나눈 것 중 1을 세는 단위'라고 나와있다. 그렇다면 시간은 절대적인가?

 

이 책에서는 시간의 정의를 물리학적, 때로는 철학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루프 양자 중력의 관점에서 시간을 분석해 독자에게 설명해준다. 책의 내용은 결코 쉽다고 할 수 없다. 물리학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양자 역학, 상대성 이론 등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나처럼 그저 흥미만 있는 수준의 사람에게는 한눈에 와닿기도 어렵고 아무리봐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한번쯤 읽어보면 작가가 바라보는 대략적인 시간의 형태 정도는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물리학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 시간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 사람, 조금 어렵더라도 읽어내보고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시간에 유일성, 방향성, 특수성은 없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보지 못했어도 상관없다. 우주에 가면 혹은 다른 행성에 가면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간은 어디에서나 유일하지 않다. 물체의 존재(질량)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은느려진다. 또한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간은 느려진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이 단 하나라고 단정지을 수 없으며 각 특별한 현상(지금 내가 당장 위치하고 있는 장소와 시간) 속에서 측정한 시간을 '고유시간'이라고 부른다. 

 

'시간이 흐른다.'라는 말은 시간에 방향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우리는 대부분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이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흐른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실제로 시간에 방향이 있지는 않다. '열의 흐름'을 시간의 흐름으로 간주하는 것 뿐이다. 예를 들면,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를 접촉시키면 열이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 쪽으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보면 시간이 흘렀다고 인식한다. 그 반대의 경우는 세상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열의 흐름을 '엔트로피'라고 칭하며 열역학 제 2법칙(S >= 0)에 따라 엔트로피는 항상 같거나 증가한다. 

 

그렇다면 '엔트로피'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주로 '경우의 수'가 증가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했다고 말한다. (볼츠만이 통계적으로 엔트로피를 정의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엔트로피는 우리가 세상을 희미하게 바라보기때문에 존재한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희미한 시각이 식별하지 못한 미시적인 상태들의 수일 뿐이라고 책에서는 언급한다.

 

예를 들면, 두개의 박스가 있는데, 하나의 박스에는 노란색 공 10개가, 나머지 하나의 박스에는 검은색 공 10개가 들어있다. 이는 굉장히 규칙적인 상태이다. 그런데 이들을 마구 뒤섞으면 박스마다 노란색 공과 검은색 공이 함께 들어있게 된다. 규칙성이 일부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각 공에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져있다면? 처음 상태를 '규칙적' 그리고 뒤섞은 상태를 '불규칙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색상'에만 집중했기때문에 불규칙적으로 변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란 존재하는가?

나의 현재와 저 멀리 있는 우주에서의 현재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앞서 시간은 엔트로피의 증가라고 설명하였는데, 이 엔트로피는 지표성을 지닌다. 즉, 특정한 관점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관점이 있어야 그 관점에서 구분할 수 없는 상태들의 수(=엔트로피)를 규정할 수 있고, 이 엔트로피에서 '열적 시간'을 변수로 가지는 흐름(열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이를 시간이 흐른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수없이 많이 존재하며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왼쪽) 원뿔모양의 구조 / (오른쪽) 시간의 표현

 

시간과 양자역학

시간은 양자와 같은 특성을 가진다. 첫번째는 '양자화'이다. 시계로 측정한 시간은 연속적이지 않고 여러 알갱이로 구성된다. 우리가 세는 초단위의 시간은 연속적이라 느낄수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훨씬 더 작은 범위로 내려가 플랑크 시간이라는 시간의 최소 단위에 도달하면 시간은 더 이상 연속적일 수 없다.

두번째는 '불확정성'이다. 시공간이 중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확정할 수 없듯이) 하지만 양자가 서로 상호작용함으로써 구체화되듯이, '장(field)'의 소립자, 광자, 중력양자가 서로 상호작용함으로써 공간과 시간이 결정될 수 있다. 

 

시간의 불확정성. 시공간은 중첩될 수 있다.(하나로 정확히 규정할 수 없다.)

 

시공간은 '장(field)'으로 이루어져있다. 

세상은 수많은 장으로 구성된다. 중력장, 자기장, 전기장 등 말이다. 시공간은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장들 중 하나이다. 이러한 장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세상을 이룬다. 그래서 우리는 '사물'로 세상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장들의 상호작용, 힘들의 상호작용인 '사건'이 모여 사물을 만들고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리봐도 너무 어려운 내용이다. 사실 내가 글을 쓰면서도 내가 이해한 바를 잘 전달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건 '현재는 규정할 수 없으며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건들이 모여 이룬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실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과 '세상', '사회'를 인식한다. 이들은 어떻게 인식되는 것일까? 작가가 제시한 가설은 다음과 같다.

1) 우리 각자를 세상에 대한 '하나의 관점'으로 동일시한다. 내 생각에는 모든 인간에게 같은 세상이 적용된다는 이야기인듯 하다.

2) '사물'이란 세상을 성찰하며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반복된 패턴 및 연속적 정교화 작업이 만들어낸 것이다. 즉, 다른 인간과 우리가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이라는 분류가 만들어지고 나 자신에게 적용시킨다.

3) 우리는 '기억'을 통해 과거를 떠올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이 축적되며 나 자신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들을 때, 현재 '라'음을 듣고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 그 전에 들었던 미, 파에 이어 라음이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음악을 느끼고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내가 해석하기로는 우리는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에게 적용시킴으로써 내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기억을 통해 '자아'를 만들어간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라는 실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왠지 물리보다는 철학같은 느낌이다. 

 

 

느낀점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너무 이해가 안가서 글에 생략한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정형화된 '현재'가 없다는 것, 열역학에서 여러번 들었던 엔트로피가 특정 관점에서 성립한다는 것, 시간의 방향이라는 건 실제로 없다는 것. 시간은 절대적이고 거스를 수 없다는 나의 고정된 생각을 뒤흔들어놓은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바는 다른 것이다. 이해의 정도도 다를 것이고 현대 물리학이 무조건 세상의 진리라 볼 수는 없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저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주는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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